저는 가끔, 스마트폰 알림이 연달아 울릴 때 이상하게 불안해질 때가 있어요. 별일 아닌 공지인데도 “왜 이렇게 많이 오지?” 싶고, 괜히 화면을 더 자주 들여다보게 되더라고요. 여러분도 이런 경험 있으시죠? 뭔가가 벌어지기 직전에는 공기가 바뀌는 것처럼, 화면도 묘하게 ‘분주해’ 보이는 순간이요.
<우주전쟁(2025)>은 그 불안감을 아주 노골적으로 활용하는 영화입니다. 외계 침공을 다루는데도, 거대한 전쟁 장면을 “직접” 보여주기보다 컴퓨터 화면과 스마트폰 화면으로만 상황을 따라가게 만들어요. 이른바 ‘스크린라이프(screenlife)’ 방식이죠. 그리고 주인공이 하필이면, 사람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사람들을 “감시”하는 업무를 하는 인물이라서… 시작부터 마음이 좀 서늘해집니다.

영화의 출발점: 세상을 보는 남자, 가족은 멀어진다
주인공은 국토안보부(DHS) 소속 감시·위협평가 전문가 ‘윌 래드퍼드(Will Radford)’입니다. 그는 어떤 시스템을 통해 사실상 “세상 누구든” 들여다볼 수 있는 위치에 있어요. 문제는, 그 감시 습관이 업무에서만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영화는 윌이 가족까지 지나치게 모니터링하면서 딸과 아들의 관계가 삐걱거리는 모습으로 시작해요.
여기서부터 영화의 기분이 정해집니다. “세상을 지키는 감시”와 “사생활을 침범하는 감시” 사이의 경계가 얼마나 얇은지, 그 얇은 경계 위에 윌이 서 있다는 걸 보여주거든요.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이 설정이 외계 침공보다 먼저 무섭게 느껴졌어요. 외계인은 아직 안 왔는데, 이미 사람은 사람을 보고 있잖아요.
사건의 시작: ‘해커’ 추적 중, 하늘에서 뭔가가 떨어진다
윌은 FBI와 함께 정체불명의 해커(코드명 “디스럽터(Disruptor)”)를 추적하는 상황에 놓입니다. 그러던 중, 전 세계 곳곳에 유성(메테오) 같은 것이 떨어지기 시작해요. 그리고 그 안에서 거대한 기계가 등장하면서, 상황은 순식간에 “재난”이 아니라 “침공”으로 바뀝니다.
이 영화가 흥미로운 건, 그 충격을 우리가 흔히 보던 방식(도시가 무너지고 군대가 출동하는 대규모 쇼트)보다, 뉴스 속보·CCTV·통화·알림·지도 화면 같은 “디지털 흔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이에요. 그 덕분에 관객은 마치 실제 사건을 실시간으로 겪는 사람처럼, 화면을 붙잡고 따라가게 됩니다.
외계 침공의 방식: 목표는 사람이 아니라 ‘데이터센터’
윌과 NASA에서 일하는 친구 산드라(Dr. Sandra Salas)는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상황을 분석합니다. 그러다 아주 중요한 패턴을 알아채요. 외계 기계들이 무작정 도시를 파괴하는 게 아니라, 특정 지점—특히 전 세계의 데이터센터 주변에 집중하고 있다는 겁니다.
여기서 영화의 공포가 확 바뀝니다. “우주전쟁”이라고 하면 보통 지구를 점령하려는 침공을 떠올리는데, 이 영화는 “우리의 데이터”가 먹잇감처럼 그려져요. 작은 곤충 같은 존재들이 데이터센터 내부를 휩쓸고, 그 데이터가 외계 기계에 ‘영양분’이 되는 듯한 묘사가 나옵니다.
이 장면을 보면서 저는 묘하게 현실이 떠올랐어요. 우리는 무언가를 잃을 때야 “아, 이게 이렇게 중요했구나” 하잖아요. 지갑이나 열쇠만 잃어도 심장이 철렁하는데, 내가 쌓아온 기록과 정보가 통째로 흔들린다면… 그 공포는 꽤 다른 차원일 겁니다.
가족 서사의 폭발: ‘디스럽터’의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
침공이 커질수록 윌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더 필사적으로 움직입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더 큰 충격이 나와요. 그가 추적하던 해커 “디스럽터”가 다름 아닌 자신의 아들 데이브(Dave)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거든요.
이 지점이 개인적으로는 가장 감정이 크게 흔들렸습니다. “외계 침공”이라는 거대한 사건과 “가족의 신뢰”라는 개인적 사건이 겹치면서, 이야기가 더 날카로워져요. 누구를 믿어야 하는지, 무엇이 옳은지, 그리고 내가 지키려 했던 방식이 정말 ‘보호’였는지… 윌이 계속 자문하는 흐름이 생깁니다.
숨겨진 키워드: ‘골리앗(Goliath)’과 정부의 선택
데이브는 윌에게 더 깊은 비밀을 연결해 줍니다. 정부의 감시 작전으로 불리는 “골리앗” 관련 기밀이 드러나면서, 윌은 “정부가 이미 외계 존재와 그들의 특성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에 닿게 돼요.
그리고 윌은 윗선(국토안보부 국장 등)과 충돌합니다. 영화는 여기서 “전쟁”을 총알로만 보여주지 않고, 통제·결정·은폐·권한 같은 단어로도 보여줘요. 어떤 선택이 안전을 위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통제를 위한 것이었는지—관객이 스스로 판단하게 만드는 방식이죠.
클라이맥스의 방향: 스크린 속에서 ‘해결’을 시도한다
이 영화는 끝까지 스크린라이프 형식을 유지하기 때문에, 결말을 향해 갈수록 “키보드 위의 전쟁” 같은 느낌이 강해집니다. 윌과 데이브는 시스템을 다시 뚫고 들어가 외계 기계를 멈추기 위한 방법을 시도하고,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이 무너지고 또 드러납니다. 이 부분은 스포가 될 수 있어 자세히는 아낄게요.
다만 하나는 확실해요. 이 영화에서 “맞서 싸우는 무기”는 전통적인 의미의 무기만이 아닙니다. 데이터, 접근권한, 코드, 감시 시스템 같은 것들이 전쟁의 도구로 등장합니다. 그래서 보고 나면 “외계인”보다 “내가 사는 시스템”이 더 크게 남을 수도 있어요.
정리: 이 영화의 핵심은 ‘침공’과 ‘감시’가 한 화면에 붙어 있다는 것
스포일러 없이 줄거리 흐름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세상을 감시하던 요원이, 외계 침공을 ‘화면 속 정보’로 먼저 목격하고, 가족과 시스템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는 이야기.”
마지막으로 질문 하나만 던져볼게요. 만약 내가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보고 있었다’고 믿었는데, 그게 오히려 관계를 무너뜨리는 원인이었다면… 여러분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실 것 같나요? 이 영화는 그 질문을 꽤 집요하게 밀어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