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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Murder at the Embassy 후기: 공포보다 ‘의심’이 더 무서웠던 추리극

청견동 2026. 2. 8. 20:45

공포영화는 보고 나면 “불 끄고 화장실 못 가겠다…”가 남잖아요. 그런데 <Murder at the Embassy>는 좀 달라요. 이 영화는 귀신도, 점프스케어도 앞세우지 않는데도 이상하게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왜냐고요? 영화가 무섭게 만드는 건 괴물이 아니라 사람, 그리고 그 사람을 바라보는 내 마음속 의심이거든요.

저는 예전에 친구들이랑 여행 갔다가 숙소에서 작은 분실 사건이 있었던 적이 있어요. 별거 아니었고 결국 해프닝이었는데, 그 짧은 몇 시간 동안 분위기가 묘하게 차가워지더라고요. 누가 뭘 잘못했다기보다, “혹시…?”라는 생각이 공기처럼 퍼지면 사람 사이가 그렇게 낯설어집니다. 여러분도 이런 경험 있으시죠? 확실한 증거가 없을수록, 마음은 더 빨리 결론을 내리고 싶어지는 그 느낌요.

이 영화는 딱 그 감정을 한 편의 ‘밀실(에 가까운) 미스터리’로 끌어올립니다. 배경은 1934년 카이로, 장소는 영국 대사관. ‘침입 불가’처럼 보이는 공간에서 살인이 발생하고, 같은 밤 기밀 문서까지 사라집니다. 그러니까 사건이 두 겹이에요. 살인만 풀어도 머리 아픈데, 문서 도난은 더 큰 파장을 예고하죠. 

 

영화 Murder at the Embassy 후기 썸네일 이미지

 

1) 줄거리 느낌만 한눈에 (스포 없음)

주인공은 사설 탐정 미란다 그린. 영국을 떠나 이집트로 오자마자, 대사관 내부에서 벌어진 사건을 맡게 됩니다. 중요한 건 “밖에서 들어온 탐정”이라는 포지션이에요. 내부 인물들끼리는 이미 관계와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말하지 않는 것들이 많잖아요. 그런 곳에 외부인이 들어가면 어떤 일이 벌어지냐고요? 다들 예의 바르게 웃는데, 속으로는 “저 사람은 우리 편이 아니야”가 깔리죠.

대사관은 기본적으로 ‘닫힌 공간’처럼 기능합니다. 용의자(가 될 수 있는 사람들)가 한정돼 있고, 거짓말은 서로 충돌하고, 작은 디테일 하나가 크게 튀어나와요. 그리고 이 영화는 그 고전적인 맛을 꽤 충실히 따라갑니다. “누가?”를 따라가면서, 동시에 “왜 하필 여기서?”라는 질문을 계속 남겨요.

 

2) 공포보다 ‘의심’이 더 무서웠던 이유

1) 유령 대신 ‘사람의 표정’이 주는 공포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진짜 무서운 건 “뭔가가 튀어나오는 장면”보다 “아무 일도 없는데 공기가 바뀌는 순간”이에요. <Murder at the Embassy>는 그 공기 변화에 꽤 공을 들입니다. 누군가가 말을 멈추는 타이밍, 질문을 되받아치는 방식, 필요 이상으로 친절한 미소… 이런 게 한 번 걸리면, 관객은 자동으로 의심 모드로 들어가요.

이게 딱 뭐랑 비슷하냐면, 밤에 집에서 혼자 있을 때 냉장고 ‘웅’ 소리가 갑자기 크게 들리는 순간이요. 평소엔 신경도 안 쓰던 소리가, “지금 뭐지?”가 되는 그 찰나. 의심은 그렇게 자랍니다.

 

2) ‘대사관’이라는 공간이 주는 압박감

 

대사관은 이상한 공간이죠. 안에서는 규칙이 있고, 밖과는 다른 긴장이 흐르고, 무엇보다 “여기서 잘못되면 일이 커진다”는 느낌이 깔려요. 영화는 그 설정을 잘 활용합니다. 살인 사건 자체도 충격인데, 기밀 문서가 함께 사라졌다는 사실이 등장하면서, 의심이 단순한 개인 범죄를 넘어 정치적 불안까지 번질 것 같은 공포를 만들어요.

 

3) ‘고전 추리극’ 특유의 재미: 의심은 관객도 공범으로 만든다

 

이 영화의 장점이자 호불호 포인트는, 관객이 계속 “저 사람 수상한데?”를 하게 만든다는 거예요. 문제는 그게 틀릴 수도 있다는 거죠. 이때 살짝 민망해집니다.

저는 추리물 볼 때 가끔 제 스스로가 웃겨요. 단서가 나오면 갑자기 셜록이 된 것처럼 추리를 시작하는데, 10분 뒤면 “아… 또 틀렸네” 하고요. 여러분도 이런 경험 있으시죠? 추리물은 시청자의 자존심을 매번 흔들어 놓는 장르예요. 그게 재밌기도 하고요.

 

3) 호불호 포인트 정리

이런 분들은 잘 맞을 확률이 높아요.

  • 점프스케어보다 심리전/밀실 추리를 좋아하는 분
  • ‘누가 범인인가’보다 사람들 사이의 긴장이 좋다는 분
  • 짧고 가볍게 볼 수 있는 코지 미스터리 느낌을 찾는 분(러닝타임 84분)

이런 분들은 살짝 아쉬울 수도 있어요.

  • 액션/추격전 같은 “큰 사건의 폭발”을 기대하는 분
  • 아주 촘촘하고 복잡한 퍼즐형 미스터리(초정밀 추리)를 원했던 분

실제로 평도 “고전 미스터리 톤은 살렸지만, 요소가 많아 다소 과밀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말이 나오더라고요.

 

4) 마무리: 무서운 건 ‘살인’이 아니라 ‘사람을 못 믿게 되는 마음’

영화 <Murder at the Embassy>를 보고 나서 남는 감정은 “꺄악!”이 아니라 “음… 찝찝한데?”에 가까워요. 그리고 그 찝찝함이 은근히 오래 갑니다. 의심이란 게 원래 그렇잖아요. 한 번 켜지면, 스위치를 끄기가 어렵죠.

혹시 요즘 자극 센 공포는 부담스럽고, 대신 조용히 조여오는 추리극이 당기신다면 이 영화가 꽤 괜찮을 수 있어요. 반대로, “나는 시원하게 한 방이 필요하다!”라면 취향이 갈릴 수도 있고요.

여러분은 어떤 타입이세요? 공포영화처럼 놀라게 하는 게 더 무서운가요, 아니면 이렇게 ‘의심’이 스멀스멀 번지는 게 더 무서운가요? 저는… 솔직히 후자입니다. 귀신은 영화 끝나면 사라지는데, 의심은 영화 끝나도 계속 머릿속에 남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