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그런 날 있잖아요. “이 정도면 끝난 거겠지” 하고 마음속에 서랍 하나를 닫아버렸는데, 어느 날 갑자기 그 서랍이 툭 하고 열려버리는 날. 저는 예전에 억울한 오해를 한 번 크게 받은 적이 있는데, 시간이 지나도 비슷한 상황만 보면 속이 슬쩍 뒤집히더라고요. 이미 지나간 일인데도요. 여러분도 이런 경험 있으시죠? 끝난 줄 알았는데, 마음은 아직 퇴근을 못 한 느낌.
영화 <오스카 쇼(Oscar Shaw)>는 딱 그런 감정에서 출발하는 액션 스릴러예요. “경찰”이라는 직업을 내려놓고 조용히 살려고 했던 남자가, 한 사건 때문에 다시 거리로 돌아옵니다. 그런데 그가 돌아오는 이유가 단순히 ‘화가 나서’만은 아니에요. 분노, 죄책감, 그리고 뭔가를 바로잡고 싶은 마음… 그게 한꺼번에 밀려오거든요.

1) 줄거리 한눈에 (스포일러 최소)
주인공 오스카 쇼(마이클 제이 화이트)는 전직(은퇴한) 경찰입니다. 한때는 동네 치안을 지키겠다는 마음으로 현장을 뛰어다녔지만, 지금은 경찰 생활에서 한 발 물러나 “조용히 살기”를 선택한 사람이죠. 그런데 그 조용한 삶이 오래가진 않습니다.
오스카에게는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동료 같은 존재가 있었고, 그 사람이 비극적으로 목숨을 잃습니다. 영화는 여기서부터 분위기가 확 바뀌어요. 단순한 슬픔이 아니라, “내가 그때…”라는 후회가 오스카의 등을 계속 떠미는 느낌이랄까요.
시간이 조금 흐른 뒤, 그 죽음에 대해 새로운 단서가 떠오릅니다. 그리고 이 단서가 오스카를 다시 ‘현장’으로 끌고 들어가요. 원래 경찰이라면 절차대로 가야겠죠. 신고하고, 수사 요청하고, 기다리고… 그런데 영화 속 현실은 그렇게 친절하지 않습니다. 단서가 눈앞에 있는데 시스템은 느리고, 누군가는 침묵하고, 누군가는 덮으려 하고, 심지어 오스카 스스로도 “이대로 두면 또 놓친다”는 불안에 갇혀버리죠.
결국 오스카는 혼자 조사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 선택이 그를 폭력적인 범죄 세계로 다시 끌어당겨요. 여기서부터는 말 그대로 “내가 쫓는 건 진실인가, 복수인가?” 같은 질문이 따라붙습니다. 오스카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정의’로 보일 때도 있고, ‘위험한 선 넘기’로 보일 때도 있어요. 그 모호함이 이 영화의 긴장을 만드는 핵심입니다.
2) 전직 경찰이 ‘정의’를 다시 꺼낸 이유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이 영화가 흥미로운 포인트는 “정의”를 아주 멋있게만 포장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정의는 늘 좋은 말인데, 막상 현실로 가져오면 되게 무겁고 피곤하거든요. 마치 새 운동화를 샀을 때처럼요. 처음엔 반짝반짝 기분 좋은데, 막상 신고 뛰면 물집이 생기기도 하잖아요. 좋은데 아프다… 딱 그 느낌.
오스카가 다시 정의를 꺼내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보였습니다.
- 죄책감: “그때 내가 더 했어야 했는데…”라는 마음이 사람을 가장 오래 붙잡죠.
- 분노: 가까운 사람을 잃으면, 세상이 멀쩡히 돌아가는 게 오히려 더 화가 날 때가 있어요.
- 구원(자기 회복): 복수가 목적처럼 보여도, 사실은 ‘내가 무너진 자리를 다시 세우려는’ 몸부림일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오스카의 정의는 깔끔한 교과서 정의가 아니라, 구겨진 종이를 펴서 다시 쓰는 느낌에 가까워요. 보기엔 투박하지만, 그 안에 절박함이 들어 있죠.
3) 관람 포인트: 이 영화가 재밌게 느껴질 사람, 심심할 사람
이런 분들은 잘 맞을 확률이 높아요.
- “절차적 수사물”보다 원맨 추적/복수극을 좋아하는 분
- 완벽한 히어로보다, 상처 있는 주인공이 끌리는 분
- 액션도 좋지만 ‘왜 싸우는지’ 동기가 분명한 이야기를 선호하는 분
반대로, 이런 분들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어요.
- 논리적으로 촘촘한 “미스터리 추리”를 기대하는 분
- 폭력/복수 소재가 부담스러운 분
저는 보면서 중간중간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사람… 그냥 쉬면 안 되나?” 근데 또, 그게 영화의 핵심이잖아요. 쉬면 되는데 못 쉬는 사람. 마음이 계속 현장에 남아 있는 사람. 여러분도 가끔 그런 날 있지 않나요? 몸은 집에 있는데, 머리는 아직 회사(혹은 그 날의 사건)에서 회의 중인 상태… 저도 가끔 그럽니다. 그래서 영화 보고 나면 더 몰입되는 건지도요.
마무리: ‘정의’는 멋진 단어지만, 누군가에겐 생존의 방식이다
영화 <오스카 쇼>는 “전직 경찰이 다시 총을 든다” 같은 한 줄 요약으로 끝내기엔, 감정의 결이 생각보다 진해요. 오스카가 쫓는 건 범인만이 아니라, 어쩌면 자기 자신이 무너진 자리일 수도 있거든요. 정의라는 말이 멋있게 들릴 때도 있지만, 이 영화는 그 단어가 때로는 피 묻은 셔츠처럼 무겁고 불편할 수 있다는 것도 보여줍니다.
혹시 여러분이라면 어떨 것 같아요? “시스템을 믿고 기다린다” 쪽인가요, 아니면 “내가 직접 움직인다” 쪽인가요? 저는… 솔직히 상황에 따라 다를 것 같아요. 다만 영화처럼 모든 걸 혼자 떠안으면, 몸도 마음도 금방 부서질 것 같긴 합니다. 영화 속 오스카가 대단한 이유가 거기 있죠. 무모하지만, 이해가 되는 무모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