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개봉한 마블 스튜디오의 영화 『이터널스』는 MCU의 시계를 더 과거로 되돌려 우주의 기원과 신적 존재들의 탄생을 다룬 영화입니다. 기존의 마블 영화들이 인간 중심의 히어로 서사였다면, 이터널스는 우주의 창조자 ‘셀레스티얼’, 그리고 그 창조물인 ‘이터널스’와 ‘데비안츠’의 관계를 통해 더 넓은 세계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이터널스』에 등장하는 세계관의 구조와 셀레스티얼의 탄생, 그리고 그 철학적 메시지에 대해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셀레스티얼의 기원과 역할: 우주의 창조자, 셀레스티얼이란 무엇인가?
‘셀레스티얼(Celestials)’은 MCU 내에서 우주의 구조와 생명을 설계하는 신적 존재입니다. 그들은 수십억 년 전부터 존재해 왔으며, 생명체의 진화를 유도하거나 행성 자체를 실험 대상으로 삼는 우주적 건축가로 묘사됩니다. 영화 『이터널스』에서는 그중 하나인 ‘아리셈(Arishem)’이 핵심 인물로 등장하여, 지구의 역사와 이터널스의 존재 이유를 밝혀줍니다.
셀레스티얼은 단순한 신적 존재가 아니라, 새로운 셀레스티얼을 탄생시키기 위해 행성을 씨앗처럼 사용하는 존재입니다. 이들은 고등 지적 생명체가 많은 행성을 선택하고,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그 안에 잠재되어 있던 셀레스티얼이 깨어나며 행성은 파괴됩니다. 이는 생성과 파괴, 희생을 통한 진화라는 순환 논리에 기반한 설정으로, 영화의 가장 큰 철학적 주제이기도 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셀레스티얼의 존재가 기존 MCU의 주요 사건들(예: 타노스의 인피니티 사가)보다 훨씬 이전에 시작된 흐름이라는 점입니다. 즉, 이터널스는 마블 세계관의 새로운 시작점이자 기존 이야기의 배경 설명을 보완하는 핵심 퍼즐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2. 이터널스와 데비안츠의 관계: 창조자에 의해 설계된 두 종족의 운명
이터널스와 데비안츠는 모두 셀레스티얼이 만든 존재입니다. 처음 셀레스티얼은 지구의 생명체를 보호하도록 데비안츠를 설계했지만, 그들이 자율성을 갖고 생명체를 사냥하기 시작하면서 통제를 잃게 됩니다. 이에 따라 이터널스가 새로운 수호자로 만들어졌고, 그들에게는 데비안츠를 제거하는 임무가 주어졌습니다.
하지만 이 관계는 단순한 ‘악 vs 선’의 구도가 아닙니다. 영화 중반부 이후에는 데비안츠도 진화하면서 인간의 감정과 언어를 갖기 시작하고, 이터널스 역시 자신들의 존재 이유와 진실을 알게 되며 혼란을 겪습니다. 특히 ‘세르시’, ‘이카리스’, ‘드루이그’ 등 주요 캐릭터는 각각의 신념에 따라 셀레스티얼의 계획에 저항하거나 동조하게 됩니다.
결국 이터널스는 자유 의지와 창조자의 명령 사이에서 갈등하고, 우주적 질서에 맞설 수 있는 인간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존재로 그려집니다. 이는 단순한 히어로 액션을 넘어, 운명과 선택, 창조자의 윤리에 대한 철학적 질문으로 확장되며,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습니다.
3. 셀레스티얼의 탄생과 인류의 희생: 지구라는 행성과 생명의 본질에 대한 질문
영화 『이터널스』의 주요 반전은 지구 자체가 셀레스티얼의 알이 숨겨진 인큐베이터였다는 설정입니다. 수백만 년 동안 인류가 진화해온 배경에는 셀레스티얼의 부화를 위한 에너지 축적 과정이 있었고, 이터널스는 그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축적하게 하기 위한 조정자 역할이었습니다.
이 설정은 관객에게 충격을 주면서도, "한 생명의 탄생을 위해 수많은 생명을 희생할 수 있는가?"라는 도덕적 딜레마를 던집니다. 이카리스는 셀레스티얼의 계획을 신념으로 받아들여 이를 수호하려 하지만, 세르시와 일부 이터널스는 인간의 가치를 우선시하며 계획에 반기를 듭니다. 결국 이터널스는 셀레스티얼의 탄생을 막고, 지구를 구하게 되지만, 그 대가로 자신들은 창조자에게 심판을 받게 됩니다.
이는 마블이 전통적인 히어로물에서 한 단계 진화해, 종교적·철학적 질문과 존재론적 고민을 중심에 둔 스토리텔링을 시도한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단순한 액션이 아닌, 인류 문명과 우주의 본질에 대한 사유를 이끌어내는 작품으로서 『이터널스』는 마블 세계관의 또 다른 깊이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영화 『이터널스』는 셀레스티얼이라는 신적 존재를 통해 우주의 탄생, 창조와 희생, 자유 의지의 의미를 새롭게 조명한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오락을 넘어, MCU 세계관의 기초 구조를 설명하고 향후의 서사를 넓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셀레스티얼과 이터널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사는 세계와 존재의 이유를 되돌아보게 하는 이 영화는, 마블 팬이라면 반드시 정독하고 이해해야 할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