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2023)는 마블 세계관 속 멀티버스를 애니메이션 형식으로 정교하게 구현한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전작인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에서 확립된 세계관을 확장하며 수많은 버전의 스파이더맨들이 각자의 유니버스를 대표하는 캐릭터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스파이더버스’라는 개념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주요 캐릭터들이 어떻게 이 세계관 속에서 존재하는지를 분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스파이더버스의 구조와 멀티버스 개념
영화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마블 멀티버스 개념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이를 시청각적으로 독창적으로 풀어낸 것이 큰 특징입니다. 영화는 마일스 모랄레스의 세계를 중심으로 여러 유니버스의 균형이 깨지는 사건을 다룹니다.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스파이더 소사이어티(Spider Society)’는 멀티버스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조직으로, 다양한 스파이더맨들이 각자의 유니버스를 지키며 활동하고 있습니다.
멀티버스는 각각 다른 법칙과 정체성을 가진 세계로, 애니메이션에서는 이를 시각적으로 구분하여 표현합니다. 예를 들어, 마일스의 유니버스는 그래피티풍의 생동감 있는 색상과 터치로 구성되어 있고, 그웬의 세계는 수채화처럼 흐릿하고 감정적인 색조로 그려집니다. 이는 각 세계의 감성과 스토리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반영하는 기법입니다.
또한 영화는 ‘캐논 이벤트(Canon Event)’라는 개념을 통해 멀티버스 내에서 일어나야만 하는 필연적인 사건들을 설정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전체 세계관이 붕괴할 수 있다는 규칙을 설명합니다. 이는 스토리 전개뿐만 아니라 각 캐릭터의 운명에 깊이 관여하며, 마일스가 이 운명을 거부하려는 과정이 영화의 핵심 갈등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2. 주요 캐릭터 분석: 마일스, 그웬, 미겔
양화《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의 중심에는 마일스 모랄레스가 있으며, 그는 전통적인 스파이더맨 서사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나가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마일스는 우연한 사고로 거미에 물려 능력을 얻게 된 이후, 영웅으로서의 정체성과 개인의 자유 사이에서 갈등하게 됩니다. 그는 전형적인 스파이더맨과 달리 가족과의 관계를 중심에 두고 있으며, 특히 부모에게 자신의 비밀을 숨기는 것에서 오는 내면적 고뇌가 서사에 깊이를 더합니다.
그웬 스테이시는 또 다른 중심 인물로, 자신의 유니버스에서 피터 파커를 잃은 트라우마를 지닌 캐릭터입니다. 그녀는 마일스와의 관계를 통해 치유와 이해를 경험하며, 동시에 자신 역시 ‘캐논 이벤트’를 수용해야 하는 운명 속에서 자유를 갈망합니다. 그웬의 세계관은 여성 히어로로서의 성장과 독립을 잘 표현한 사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겔 오하라는 영화의 가장 복잡한 캐릭터 중 하나입니다. 그는 스파이더 소사이어티의 리더로서 멀티버스의 질서를 유지하려는 임무를 맡고 있으며, 자신이 속한 유니버스를 잃은 경험이 있기에 ‘운명’이라는 개념을 철저히 믿습니다. 마일스와 달리, 그는 질서와 희생을 중요시하며, 갈등의 대표 축으로 등장합니다. 이들의 대립은 ‘개인의 선택 vs 우주의 법칙’이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더욱 철학적으로 확장시키고 있습니다.
3. 다양한 스파이더맨의 해석과 문화적 의미
이 영화가 주는 가장 큰 메시지 중 하나는 ‘누구나 스파이더맨이 될 수 있다’는 다원주의적 접근입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수십 명의 스파이더 캐릭터는 다양한 인종, 성별, 종(species), 시간대, 세계관을 배경으로 합니다. 인도 출신의 스파이더맨 ‘파비트라’, 유쾌한 성격의 ‘스파이더 펑크’, 임산부 히어로 ‘제시카 드류’ 등은 기존 히어로물의 고정관념을 깨고, 더 다양한 관객층이 자신의 정체성을 투영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캐릭터의 등장은 단순한 팬 서비스가 아니라, 현대 사회의 포용성과 다양성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특히 마일스가 전통적인 스파이더맨의 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은, 시대 변화에 따라 히어로 서사 역시 변화해야 한다는 점을 잘 보여줍니다.
뿐만 아니라 영화는 다양한 그래픽 스타일, 작화 기법, 배경음악 등을 캐릭터마다 다르게 적용하여, 시청각적으로도 각 스파이더맨이 ‘하나의 세계’임을 강조합니다. 이는 애니메이션이라는 매체의 가능성을 최대한 활용한 혁신적인 접근으로, 단순히 이야기 전달을 넘어서 ‘경험’으로 관객에게 다가가고 있습니다.
영화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단순한 히어로 영화가 아닌, 멀티버스 세계관을 정교하게 구축한 예술적 작품입니다. 세계관의 구조와 캐릭터들의 철학적 갈등, 그리고 다양성과 포용성에 대한 메시지는 기존 마블 영화들과는 다른 깊이를 선사합니다. 특히 마일스, 그웬, 미겔의 관계는 새로운 세대의 히어로상이 무엇인지를 묻고 있으며, 향후 시리즈 전개에도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