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개봉한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은 DC 확장 유니버스(DCEU)의 중추적 전환점이자, 두 거대 히어로의 충돌을 그린 영화입니다. 잭 스나이더 감독의 연출 아래 배트맨(벤 애플렉)과 슈퍼맨(헨리 카빌)이 스크린에서 처음으로 정면 대결하며, 히어로 장르에 정치적, 철학적 무게감을 더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 리뷰에서는 서사 구조, 캐릭터 철학, 시각적 연출을 중심으로 영화의 핵심을 분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 배트맨과 슈퍼맨, 정의관의 충돌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의 중심 서사는 단순한 싸움이 아닌, 서로 다른 정의의 방식에 대한 충돌입니다. 배트맨은 고담이라는 범죄 도시에서 수많은 희생과 고통을 경험한 인물이며, 법의 한계를 넘어선 정의 구현을 추구합니다. 반면, 슈퍼맨은 외계인의 능력을 가진 존재로서 인류를 보호하려 하지만, 그 압도적인 힘이 사회에 두려움을 안겨줍니다.
- 슈퍼맨을 향한 불신: 메트로폴리스에서의 전투 이후, 인류는 슈퍼맨이 영웅이 아닌 재앙이 될 수도 있는 존재로 인식하게 됩니다. 그 결과, 정치와 여론은 그의 존재를 규제하려는 방향으로 흐릅니다.
- 배트맨의 분노와 두려움: 브루스 웨인은 메트로폴리스 사건에서 자사 직원들을 잃고, 그 책임을 슈퍼맨에게 돌립니다. 이는 그의 내면에 깊은 분노를 일으키며, "만약 그가 인류의 적이 된다면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 철학적 갈등: 배트맨은 인간의 도덕성과 한계를 대표하며, 슈퍼맨은 신적 존재로서의 책임을 지닌 상징입니다. 그들의 대립은 인류가 힘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됩니다.
이처럼 두 히어로의 싸움은 단순한 액션이 아닌, 이념의 충돌이며, 이는 영화 전체를 지배하는 긴장감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2 - 렉스 루터의 조작과 상징성
두 주인공의 갈등을 결정적으로 유발하는 인물은 렉스 루터(제시 아이젠버그)입니다. 그는 권력과 지능을 무기로 두 영웅을 심리적·사회적으로 조종하며 파멸로 이끕니다.
- 렉스 루터의 심리: 그는 ‘신’의 존재를 거부합니다. 슈퍼맨이라는 전능한 존재 앞에서 자신의 무력함을 느낀 그는, 이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파괴하고자 합니다. 이로 인해 그는 배트맨과 슈퍼맨 사이의 불신을 증폭시킵니다.
- 언론 조작과 음모: 루터는 정치인, 언론, 군사력을 활용해 슈퍼맨을 위험한 존재로 몰아가며 대중의 인식을 조작합니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권력자가 진실을 뒤틀어 여론을 통제하는 방식과도 닮아 있습니다.
- 괴물 ‘둠스데이’의 창조: 그는 조드 장군의 시체와 자신의 유전자를 결합해 ‘둠스데이’를 만들어냅니다. 이 괴물은 인간의 오만이 낳은 통제 불가능한 창조물로, 루터의 궁극적인 패배와 상징적 교만을 드러냅니다.
렉스 루터는 단순한 악당이 아니라, 지성, 광기, 권력욕이 결합된 현대형 악의 화신으로 그려지며, 영화의 서사적 중심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3 - 시각적 연출과 신화적 상징
잭 스나이더 감독은 강렬한 시각적 스타일과 상징적 이미지로 유명합니다.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역시 다양한 미장센과 연출 기법을 통해, 단순한 히어로 영화 이상의 무게감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 신화적 이미지: 슈퍼맨은 예수, 메시아, 태양 신 등의 상징과 자주 연결됩니다. 하늘에서 내려오거나 빛을 받는 장면들은 그가 인류의 구세주 혹은 심판자임을 암시합니다.
- 어두운 톤의 색감과 구도: 배트맨이 등장하는 장면은 대체로 어둡고 중첩된 구도로 연출되며, 이는 그의 내면의 분노와 고뇌, 냉철함을 반영합니다.
- 액션의 철학적 의미: 특히 배트맨과 슈퍼맨의 대결은 단순한 힘의 충돌이 아니라, 누가 더 옳은 방식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를 놓고 벌이는 일종의 철학적 전투입니다.
- ‘마사’ 장면: 논란의 중심이 된 이 장면은, 두 인물이 공통된 인간적 정서를 발견하는 전환점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비록 연출 방식에 비판도 있지만, 인간적 유대가 신적 대결을 중지시키는 상징성은 영화 전체의 맥락과 이어집니다.
이처럼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은 히어로의 싸움을 신화, 철학, 미학으로 승화시키려는 시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은 DC 유니버스의 확장을 알리는 작품이자, 히어로 장르에 철학과 무게감을 더한 실험적인 시도입니다. 단순한 히어로 액션이 아닌, 정의, 권력, 신뢰, 인간성이라는 근본적인 주제를 다룬 이 영화는, 재조명할 가치가 충분한 DC의 핵심 작품입니다. 히어로의 역할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고 싶다면 꼭 다시 감상해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