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쩔수가없다" 줄거리 흐름 정리: 해고 이후 ‘선택’이 바뀌는 순간들

1. 기본정보 한눈에
- 감독: 박찬욱
- 원작: 도널드 웨스트레이크 소설 『The Ax』(『액스』)
- 장르: 블랙 코미디 / 스릴러
- 러닝타임: 139분
- 핵심 한 줄: 해고된 ‘제지 업계 전문가’ 만수가 다시 일자리를 얻기 위해 경쟁자를 없애기로 결심하면서, 평범한 가장의 윤리가 한 겹씩 벗겨지는 이야기입니다.
2. 줄거리 흐름 요약
만수는 제지 회사 ‘솔라 페이퍼’에서 인정받아 온 베테랑이고, 잘 벌어서 “어릴 적 집”까지 사서 가족과 안정된 생활을 누립니다. 아내 미리, 미리의 아들(십대) 시원, 그리고 어린 딸 리원까지 겉보기엔 흔한 중산층 가족이죠. 그런데 회사가 미국 자본에 인수된 뒤 대규모 해고가 시작되고, 만수도 구조조정에 반대하다가 결국 해고됩니다. 그는 가족 앞에서 “3개월 안에 다시 제지 일을 잡겠다”고 말하며 버티지만, 현실은 냉정합니다.
13개월이 흐른 뒤에도 만수는 업계로 복귀하지 못한 채 저임금 소매업 일을 전전합니다. 집은 모기지를 감당 못해 넘어갈 위기고, 가족은 지출을 줄이기 위해 키우던 개 두 마리까지 장인·장모에게 보냅니다(리원은 크게 동요하죠). 리원은 신경다양성(자폐 스펙트럼으로 읽히는) 특성을 가진 첼로 영재로 그려지고, 더 좋은 수업을 권유받지만 비용이 부담입니다. 미리도 치과 조무사로 일을 시작해 가정을 떠받치는데, 만수는 점점 “나는 집을 지켜야 한다”는 압박에 잠식됩니다.
만수는 ‘문 페이퍼’ 입사를 시도하다 모욕을 겪고, 여기서 처음으로 폭발 직전까지 갑니다. 그는 “경쟁자만 없으면 내가 들어갈 수 있다”는 쪽으로 사고가 뒤틀리며, 가짜 채용 공고를 내서 경쟁 지원자들을 낚아 목록을 만들고, 자신보다 스펙이 더 좋은 지원자 범모와 시조를 ‘제거 대상’으로 특정합니다. 그리고 아버지가 남긴 베트남전 총을 꺼내 드는 순간, 영화는 가족 드라마에서 본격 블랙 코미디 스릴러로 넘어갑니다.
첫 번째 타깃 범모를 미행하던 만수는 예상치 못한 변수들(뱀에 물리거나, 범모의 아내 아라와 관련된 불륜 문제 등)에 휘말리고, 총이 오가는 난장판 끝에 아라가 범모를 쏴 죽이면서 만수는 ‘직접 쏘지 않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어버립니다. 이후 만수는 두 번째 타깃 시조를 교묘하게 고립시키고, 도움을 청하는 상황을 연출해 결국 직접 총을 쏴 살해합니다.
문제는 살인이 끝이 아니라는 겁니다. 시원의 친구 동호와 얽힌 사건(아이폰 절도) 때문에 경찰이 집 주변을 드나들기 시작하고, 만수는 시조의 시체를 처리하려다 아들에게 들키는 위기까지 맞습니다. 체인톱 소리와 ‘집’이라는 공간이 주는 공포가 점점 짙어지고, 결국 만수는 마지막 타깃 선철에게 접근해 술을 먹이고, 질식사로 위장해 처리합니다.
그 모든 일이 지나간 뒤, 문 페이퍼는 만수를 선철의 후임으로 채용합니다. 가족은 집을 지키고, 개도 다시 데려오며, 리원의 불안도 다소 가라앉는 듯 보입니다. 수사선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 만수의 혐의는 벗겨지고, 만수는 ‘승리’한 듯 보이지만 마지막에 그가 홀로 서 있는 새 제지 공장은 사람 대신 기계로 돌아갑니다. 다시 말해, 만수가 그렇게까지 지키려던 “일”과 “생활”의 의미 자체가 공허해지는 아이러니로 끝을 맺어요.
3. 해고 이후 ‘선택’이 바뀌는 순간들
- “3개월 안에 복귀”라는 약속: 가족에게 한 말이 희망이 아니라 ‘시간 제한’이 되면서 만수를 몰아붙입니다.
- 13개월째에도 제자리: 돈이 아니라 ‘자존감’이 먼저 무너지고, 선택지가 좁아집니다.
- 가짜 공고로 경쟁자 목록 만들기: 이때부터 만수는 구직자가 아니라 ‘사냥꾼’이 됩니다.
- 첫 살인에 “직접 방아쇠를 당기지 않은” 변명: 스스로를 합리화할 명분이 생기면서 더 쉽게 다음을 선택합니다.
- 아들에게 들킬 뻔한 순간: 죄책감보다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논리로 더 깊이 들어갑니다.
- 채용 성공, 그런데 공장은 자동화: 목적은 달성했지만 ‘의미’는 증발하는 결말의 칼날입니다.
4. 해석: 제목 ‘어쩔수가없다’가 무섭게 들리는 이유
이 영화가 무서운 지점은 “만수가 원래 나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아주 평범한 가장이 스스로에게 내리는 판결이 점점 짧아진다는 데 있어요. 처음엔 “회사가 나를 잘랐으니 어쩔 수 없다”였다가, “가족을 지켜야 하니 어쩔 수 없다”로 바뀌고, 결국 “이 사람들을 치워야 내가 산다”까지 가버립니다. 영화는 그 과정을 과장된 블랙코미디 톤으로 보여주면서도, 밑바닥에는 경제 불안·체면·가족 부양 압박 같은 현실을 깔아둡니다.
그리고 엔딩의 자동화 공장은 메시지를 확정합니다. 만수가 그토록 매달린 ‘노동의 자리’가 이미 사람을 밀어내는 방향으로 바뀌었다면, 만수의 폭주 역시 개인만의 광기가 아니라 구조가 만든 괴물일 수 있다는 거죠.
5. 볼만한 포인트 7가지
1. 박찬욱식 웃음의 리듬: 웃긴데 바로 다음 컷이 서늘하게 바뀌는 템포가 강점입니다.
2. “가족”이 선이 아니라 압력으로 작동: 가족을 사랑해서 더 위험한 선택을 한다는 역설.
3. 구직 과정의 디테일: 면접 굴욕, 스펙 비교, 업계 좁은 판이라는 현실감이 스릴을 키웁니다.
4. 살인이 점점 ‘업무’가 되는 순간들: 감정이 아니라 프로세스가 남는 장면이 섬뜩합니다.
5. 시원(아들) 서브플롯: 아버지의 균열을 ‘집 안의 시선’으로 보게 만드는 장치가 됩니다.
6. 미리의 변화: 가정 경제를 책임지는 인물로서, 만수의 망가짐을 비추는 거울 역할을 합니다.
7. 엔딩의 아이러니: 채용 성공이 해피엔딩이 아니라, 공허한 승리로 보이게 만드는 마무리.
핵심 요약
- 줄거리: 해고된 만수가 가족과 집을 지키려 재취업에 매달리다, 경쟁자들을 제거하는 살인 계획을 실행하고 결국 채용에 성공하지만, 자동화된 공장에서 홀로 ‘승리’하는 아이러니로 끝납니다.
- 핵심 메시지: “어쩔 수 없다”는 말이 반복될수록, 윤리의 경계가 쉽게 밀려납니다.
- 관전 키워드: 해고, 체면, 가족, 불안, 자동화